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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김치가 나를 살렸어..

by 삶의지혜(wisdom) 2025.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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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시골에 계신 엄마가 갑자기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말이 이런 건가 싶었다.
정신이 아득했고, 심장이 내려앉았다.

부랴부랴 차를 몰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가는 내내 마음속에 들었던 생각은
“혹시 마지막이면 어떡하지...”
그 불안함을 꾹 참고 달렸다.


도착해보니,
마침 마을 순회 진료를 나오신 간호사님이 링거를 놓고 계셨다.
엄마는 두 달 가까이 제대로 드시질 못하셨다고 했다.
입맛이 없으셔서, 끼니도 거의 건너뛰셨단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지난 생신 때 사드린 한우고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손주들 올때 먹으려고 아껴두신건지 
틀니 낀 치아로는 고기를 씹으시는게 어려우신 건지..

 
더 미안했고,
더 속상했다.
“왜 나는 그걸 몰랐을까…”

 


급히 다시 하던일 마무리 지으려 사무실  올라와 짐을 챙기는데,
며칠 전 이웃집 언니가 나눠준 해드림생김치가 생각났다.
언니는
“이거 진짜 괜찮아~
말 안 하면 한국산인 줄 알아 
가격도 착하고 맛도 좋아”
라며 내게 한 포기를 건네줬었다.

그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그 김치가 엄마를 살렸다... 


냉장고안 소고기를 잘게 다져 미음을 끓이고
김치를 조심스레 찢어 그 위에 얹었다.
엄마, 드셔야 다시 힘 나요.

야윈 몸을 일으켜 숟가락을 드셨고,
처음엔 힘겨워하시더니
한 숟갈, 두 숟갈...
어느새 한 그릇을 다 비우셨다.


그날 밤, 걱정이 밀려왔다.

“엄마, 어제 김치 많이 드셔서 속 안 쓰리셨어요?”

그러자 엄마가 웃으시며 하신 말씀.

“속이 오히려 편하고 좋더라. 김치가 나를 살렸어.”

   그리고 한참 후
  김치 얘기를 나누다 말미에 이렇게 덧붙이셨다.

“난 신 건 못 먹어. 나이들어서 그런가...
이 김치가 어디서 난겨 맛 좋아,  그거 어디서 사는겨?”


아 시골 엄마들 연로하셔서 김치를 담가드시기는 힘들고 그걸 값비싼 국산김치를 안떨어지게 사먹긴 그런데

이런 김치는 얼마여? 이거 노인들이 어디서 파는것만 알면 사먹을수 있을텐데 콤퓨토를 해야 사먹지 그것도

우리 노인들은 어디서 사는건지 몰라... 하신 그말이 연세드신 분들에게 이 김치를 어디서 파는곳인지 

알려드리면 안되나 하는 안타까움과 세월이 흘러 나도 언젠가는 엄마나이가 되겠지 하는 인생무상함에 

글을 적어본다

.

이젠 기운을 차리셨는데 병원가서 진단해보니, 심장 폐 간 다좋으신데 빈혈이 있으시다고 하네요. 엄마 오래오래 사셔야 할텐데요


내가 겪은 고마운 김치 이야기.
그냥 조용히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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